Artist Statement

  이 작업에 사용된 기메는 제주도의 전통 굿에서 사용하는 종이로 만든 무속 도구입니다. 제주도의 전통 굿에서 기메의 역할은 인간이 사는 이 세상과 신이 사는 저 너머 세상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기메의 역할은 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를 만들며, 굿의 보조 도구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굿의 마지막에는 불에 태워져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모든 굿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연히 기메를 알게 된 이후에 기메를 직접 만들고, 굿을 참관하는 과정을 통해서 어쩌면 굿이 위로하는 것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간 망자를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 이 세상에 남아있는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종류의 이별과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별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안녕이라는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저의 작업은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이들이 다른 세상 어딘가에서는 밝게 웃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이라는 시간의 흔적들은 이 세상 풍경 어딘가에는 스며들어 사라지지 않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뷰파인더를 통해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일 뿐이지만, 저에게 이번 작업을 통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그것은 무당이 굿을 한다는 행위와 어떤 지점에서는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주도에는 무당을 통하지 않는 개인 차원의 작은 기원을 하는 행위를 비념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이들을 추억하고, 애도하며, 비념을 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저의 작업과 이 작업을 통한 비념이 모두의 마음에 작은 위로로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